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해군 대령), 작심발언이 던진 거대한 파장
지난 4월 14일, 충북 괴산에서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해군 대령)의 발언이 의료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강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중증외상 분야의 권위자이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인물로 알려진 이 교수의 입에서 나온 거침없는 발언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절망의 토로이자, 구조적 문제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었습니다.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먹는 나라”
이국종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 사회와 의료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를 “조선반도의 DNA”라고 지칭하며, 수천 년간 이어진 관료적·비효율적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실제 생명을 다루는 필수 진료과는 기피되고, 행정과 말로 지배하는 문화가 판을 친다”며, 서울대, 세브란스 등 명문 병원 출신들이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가는 현실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직장 내 갈등을 넘어, 실무보다 권위와 포장, 비생산적인 경쟁이 판을 치는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 마라, 나처럼 살지 마라”
이국종 교수는 후배 군의관들에게 “생명을 다루는 바이탈과는 하지 마라”고 충고하면서, 미국 의사면허(USMLE) 1차에 합격한 군의관의 사례를 언급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탈조선하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진로 조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 대한 냉소적 절망과 동시에 탈출을 권유하는 심정 어린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함께 일했던 故 윤한덕 센터장의 과로사 이야기를 꺼내며 “너희는 저렇게 되지 마라. 내 인생은 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외상외과 의사로서 국가를 위해 헌신했지만, 돌아온 건 과로와 외면, 고립뿐이었다는 고백입니다.
교수-전공의 갈등, 대형병원 시스템 비판
이 교수는 현 의료계의 수련 시스템과 대형병원의 수익 구조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가 맞다”, “전공의를 쥐어짜서 병원 인테리어에나 투자하는 현실”이라며, 전공의 노동 착취 구조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움직일 텐트 하나만 있어도 환자는 몰린다. 쓸데없는 짓 좀 그만하라”며, 의료 자원이 엉뚱한 방향으로 낭비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병원이 생명을 살리는 공간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투자와 행정 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이 발언이 의미하는 것
이국종 교수의 발언은 단지 거친 언어가 아닌, 대한민국 의료계와 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구조적 경고입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쌓아온 분노, 체념, 절망이 담긴 이 작심발언은 ‘한 개인의 불만’으로 치부되기엔 그 무게가 다릅니다.
그는 단순히 ‘떠나라’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거울을 들이민 셈입니다.
진정한 개혁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국종 교수의 말은 충격이지만, 동시에 구조 변화를 위한 가장 절실한 외침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