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5일, 최고기온 31.5도에 열린 8사단 9.13km 달리기에서 지수혁 상병(당시 일병)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끝내 숨졌습니다.
10월 19일 육군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이 다시 다뤄졌습니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유가족에게 "사과드리겠다"고 답했습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
육군 8사단은 영천대첩 승전을 기념한다며 9.13km 달리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70분 안에 완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25년 9월 5일 경기 포천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당일 최고기온은 31.5도, 습도는 70% 안팎이었습니다.
입대 4개월 차 취사병이던 지수혁 상병은 약 8km 지점에서 쓰러졌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사병에 따른 장기 손상으로 숨졌습니다.
고인은 평소 취사 업무로 체력단련 기회가 적었습니다.
대회 전 연습은 4km 정도를 한 번 달린 것이 전부였고, 당일에도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출전했습니다.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
김성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단장이 행사를 불과 2주 전인 8월 20일에 기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점진적으로 몸을 적응시킬 시간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부대원 50% 이상이 참여하면 상금 30만 원과 휴가 3일을 주는 조건도 걸렸습니다.
해당 부대 참여율은 51.4%였습니다.
행사 당일 온도지수는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담당 장교가 직접 달리기에 참여하면서 당직사관에게 업무를 넘기는 과정에서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전 건강 확인은 연병장에서 손을 들게 하는 수준이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군의관은 현장에 없었고, 구급차 대신 군용 코란도로 환자를 옮겼습니다.
규정상 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단과 여단이 서로 책임을 미뤘다는 것이 의원의 지적입니다.
의원은 사단장이 참고인으로 1시간 조사를 받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유가족은 그동안 군 관계자에게서 사과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육군총장은 뭐라고 답했나
김규하 총장은 사단장을 포함한 관련 인원이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첩돼 수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유가족에게 사과할 뜻을 묻자 "사과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책임 있는 사단 지휘관이 유가족을 직접 찾아 사과하게 해 달라는 요구에는 "조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앞서 사단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군은 처음에 지휘관 2명만 이첩했고, 유가족이 사단장을 고소한 뒤에야 사단장도 송치 대상이 됐습니다.
이후 8사단장은 직무에서 배제됐습니다.
문제점과 있었어야 할 조치
| 드러난 문제 | 있었어야 할 조치 |
|---|---|
| 온도지수 미측정 | 행사 직전 측정, 기준 넘으면 연기·취소 |
| 위험성 평가 미실시 | 처음 하는 행사는 평가 후 지휘관 서명 |
| 2주 전 기획, 적응훈련 없음 | 거리를 늘려 가는 단계적 준비 |
| 손 들기 수준 건강 확인 | 개인 면담, 체력·병력·전날 근무 확인 |
| 군의관 부재, 구급차 없음 | 의무인력·구급차 현장 대기, 후송병원 지정 |
| 참여율 연동 상금·휴가 | 포상과 참여율·완주를 묶지 않기 |
군생활을 하며 본 비전투손실
이달 서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는 꾸준히 달려 온 KAIST 대학원생이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져 숨졌습니다.
평소 훈련을 해 온 사람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런 사례를 보면, 군에서 준비 없이 단체활동을 하다 생기는 비전투손실은 유가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황망함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상의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미 있는 기준, 왜 안 지켜졌나
군에는 이미 폭염 때 훈련을 조정하는 온도지수(WBGT) 기준이 있습니다.
온도·습도·햇볕을 함께 계산한 값입니다.
- 26.5 이상: 주의, 신병·미숙련자 야외훈련 주의
- 29.5 이상: 부분 제한, 뜀걸음·행군 등 과중한 훈련 지양
- 31.0 이상: 제한, 옥외훈련 제한·중지
- 32.0 이상: 중지, 경계작전 등 필수 활동만
온도지수는 주둔지별로 하루 3회 이상 재도록 돼 있습니다.
2025년 6월부터는 폭염특보 때 지휘관이 장병 건강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군인복무기본법도 바뀌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준이 없어서가 아니라, '행사'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훈련 기준에서 빠져나간 것이 핵심입니다.
달리기는 그 자체로 뜀걸음인데, 측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바뀌어야 할 구체적인 것들
① 체육행사도 훈련과 같은 기준 적용
이름이 행사든 챌린지든, 뛰는 활동이면 온도지수 측정과 위험성 평가를 빠짐없이 하도록 해야 합니다.
② 측정 담당자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
안전 담당이 직접 뛰면 측정이 빠집니다. 측정·의무·통제 인원은 따로 지정해야 합니다.
③ 의무인력과 구급차 대기
장거리 달리기에는 군의관이나 의무병, 구급차를 두고, 열사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미리 정해 둬야 합니다.
④ 포상은 참여율과 분리
참여율에 상금·휴가를 걸면 '빠지기 어려운 분위기'가 생깁니다. 제 생각에는 포상은 개인 기록 향상처럼 자발적인 기준에 두는 편이 맞습니다.
⑤ 대상자 구분
취사병처럼 체력단련 시간이 부족한 보직, 전입 직후 인원은 거리나 참여를 따로 정해야 합니다.
장병과 부모님이 알아 두실 것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가까이 오르고 의식이 흐려지는 상태입니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비틀거리고, 땀이 오히려 멈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바로 멈추게 하고 그늘로 옮겨 몸을 식혀야 합니다.
옷을 느슨하게 하고 물을 뿌리거나 얼음주머니를 대면서 즉시 119나 의무대에 알립니다.
장병 본인은 컨디션이 나쁘거나 전날 밤샘 근무를 했다면 반드시 간부에게 말해야 합니다.
"참으면 된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부모님은 통화할 때 부대 행사 일정과 몸 상태를 한 번씩 물어봐 주시면 좋습니다.
부당하게 참여를 강요받는다면 국방헬프콜(1303)에 상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첫째, 검찰의 기소 여부입니다.
사단장까지 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지휘 책임의 기준을 보여 줄 것입니다.
둘째, 총장이 약속한 사단 지휘관의 직접 사과가 실제로 이뤄지는지입니다.
셋째, 체육행사에도 온도지수·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지침이 나오는지입니다.
내년 여름이 오기 전에 정비돼야 의미가 있습니다.
아마 이런 걸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Q. 군에서 달리기 행사 참여를 거부할 수 있나요?
A. 건강상 이유가 있으면 간부에게 알리고 빠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기 어렵다면 국방헬프콜 1303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온도지수가 몇이면 뜀걸음을 하지 않나요?
A. 29.5 이상이면 뜀걸음 같은 과중한 훈련을 지양하고, 31 이상이면 옥외훈련을 제한합니다.
Q. 사단장은 처벌받았나요?
A.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직무에서 배제됐습니다. 기소와 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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