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 님의 별세 소식은 한국 영화계를 넘어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슬픔이었습니다.
영화 〈실미도〉 속 최재현 준위의 모습에서 진정한 군인의 기개를 느끼셨던 이유가,
단순히 연기력이 아니라 그의 실제 삶 속에 녹아있던 '장교의 정신' 때문이었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 깊습니다.
'실미도' 교육대장의 눈빛은 진짜였다: ROTC 12기 장교 안성기가 남긴 품격
여러분, 우리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국민배우' 안성기 님을 기억하시나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그였지만,
저는 최근 안성기배우가 출연했던 영화 〈실미도〉를 다시 보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극 중 특수부대원을 양성하는 교육대장 최재현 준위 역을 맡았던 안성기 배우의 모습, 기억하시나요?
서슬 퍼런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고뇌와 절제된 군인정신.
저는 그 눈빛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 군인다울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강직한 포스와 절도 있는 자세는 단순히 계산된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육군 ROTC 12기 출신의 진짜 장교였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전 참전을 꿈꿨던 뜨거운 청년, 안성기
안성기 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시절,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일념으로 학군단(ROTC)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었던 베트남전에 직접 참전해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뜨거운 애국심이 그를 장교의 길로 이끌었던 것이죠.
1974년, 그는 육군 포병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아역 배우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과거를 뒤로하고, 그는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제12보병사단(을지부대)으로 향했습니다.
험준한 산맥이 앞을 가로막는 전방 중의 전방, GOP 인근 포병 부대에서 그는 청춘을 바쳤습니다.
"음어 경연대회 1위", 군에서도 빛났던 천재성과 성실함
안성기 배우는 장교로 임관후 부대 내에서도 대단히 인정받는 장교였습니다.

특히 유명한 일화가 바로 '사단 주관 음어(암호) 조립·해독 대회' 1위 기록입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음어 해독은 고도의 집중력과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초임 장교가 사단을 대표해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하고 사단장 표창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임무에 충실했으며 명석한 두뇌를 가졌는지를 증명합니다.
아마도 부대 지휘관들은 이 '똑 부러지는' 안 소위를 무척이나 아꼈을 것입니다.
온화함 속에 감춰진 리더십: "세게 잡으려 했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초임 장교 시절,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병사들의 기강을 세게 잡아보려 엄한 표정을 지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성기 배우님 특유의 온화하고 선한 성품은 숨길 수 없었죠.
금세 병사들과 형님, 아우처럼 가까워졌고, 부대원들은 그를 진심으로 따랐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책임감은 훗날 그가 연예계로 복귀했을 때 그를
'국민배우'라는 반석 위에 올리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장교로서 부대원들을 챙기고 작전을 수행하던 그 경험이,
영화 현장이라는 또 다른 전쟁터에서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승화된 것입니다.
군 경력과 연기 인생의 교차점
안성기 님은 아역 배우 활동(1950~60년대)과 성인 배우 활동(1980년대~) 사이에 명확한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그 공백을 채운 것이 바로 학업과 학군장교인 ROTC 로 군 복무를 하였습니다.
우리가 영화 〈실미도〉에서 보았던 그 완벽한 거수경례와 지휘관의 위엄은 30여 년 전 강원도 최전방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익힌 '진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예비역 육군 중위로 전역한 후에도 ROTC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관련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던 이유도,
군 생활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자부심 넘치는 순간 중 하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원한 우리의 '교육대장', 안성기 님을 추모하며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연기를 볼 수 없지만, 우리는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그 속에 깃든 장교의 품격을 기억합니다.
그 '군인다운 모습'은 단순한 분장이 아니라, 평생을 바른 길만 걸어온 한 인간의 진정성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사의 거목이자, 자랑스러운 ROTC 12기 장교였던 안성기 님.
전방 사단의 거친 바람을 견디며 음어를 해독하던 그 성실함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빌며, 당신이 보여준 그 강인하고도 따뜻한 '장교의 정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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